엄마가 서울에 있는 아산병원에서 방사선 관련 교육이 있어서
엄마를 교육장에 아빠가 모셔다 드리고 주영이랑 아빠랑만 달랑
이 험한 세상에 남겨졌다.
아빠는 무서웠다.
뭐가?
세상이?
아니..주영이가...
"아빠랑 노는거 하나도 재미없어!"
라고 나중에 핀잔 줄까봐서리.
주영이는 강력하게 롯데월드가 가고 싶었나보다.
마침...롯데월드 앞 도로쪽에서...무슨 마라톤 대회를 하느라고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걸 봤기땜에 아빠는 롯데월드 가기
싫었다. 교통지옥 속으로 애써 찾아갈 이유는 없으니까.
그래서 주영이를 살살 꼬셨다.
"주영아..여기..중앙공원보다 훨씬 큰 공원이 있는데...오늘은
롯데월드 가지말고 여기 공원에 가면 안될까?"
주영이..
나름대로 고민...
아마도 둘 다 가고 싶은가보다...눈치가..
아닌게 아니라..
"아빠 둘 다 가자!"
뚜시꿍~~!!
쩝...
"아니 주영아..그건 안되고..시간이 그렇게까지는 없어. 한군데만
가야되. 아빠도 여기 큰 공원에 안가봤는데..한번 가보자..응"
"롯데월드는 다음에 아빠가 꼭 또 데리고 갈께"
주영이..
"그래!!"
우와..시원시원한 우리 주영이...역시 깔끔하구만.
올타구나...하고..차를 훽~돌려서 올림픽 공원 쪽으로...
뚜시꿍~!! 이게 뭐시다냐.
올림픽 공원 앞에 왠 차량 행렬.
아마도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올림픽 공원을 많이
찾나보다.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는데...이렇게 차량이 많다니...
나름대로 행렬을 피해서..
비교적 한가해보이는 주차장 입구쪽으로 다가가서리..
아빠
"어이..주차요원..나 공원 들어갈란디...요리로 좌회전해서 들어가문..
주차장인감?"
주차요원
"만차입니다."
우~~쒸~~
딱 그 한마디로 끝.
알았다..알았어.
그런다고 내가 차 댈때가 없을라고..
흥...
올림픽공원 주변을 쫘~악~ 한바퀴 돌아보니...
올커니..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눈에 화~~악~~!!
그래..저그다! 저그!!
'근데 아파트 주차관리인이 입구에서 잡으문 어떡하징'
쩝...
일단..가보자..있나 없나..
가봤더니...
지키는 사람 아무도 없당.
ㅋㅋㅋㅋ
됐다.
아파트 진입!
들어가자마자 빈자리가 눈에 화~~악~~
흐미..근디..이것이 뭔 일이여.
뒤차에 밀려서 지나쳐부렀네.
쩝..
쭉~~~갔다가 다시 부리나케 유턴!
돌아와서보니..찜해놨던 자리..여전히 주인님을 알아보고 기둘리고
있어불구만.
ㅋㅋㅋ
샥~~주차 성공.
내려서 아파트 옆길을 따라 공원 건너가는 횡단보도까지 가는데...
올 가을 첨으로 '진짜 가을이구나'하고 느끼게 해주는 가로수들에
낙엽들. 수북히 싸인 낙엽들.
주영이 그 수북히 싸인 낙엽을 헤치면서 위풍당당.
무지무지 재밌어라 하네.
ㅋㅋ
데리고 나온 보람이 있군.
공원 주차장에서 쫒겨나길 정말 잘했군.
이런걸 전화위복이라고 하지롱.
근데..주영이..낙엽을 주울줄만 알았지..그 폭신해보이는 낙엽숲에
누워볼 생각을 못하네. ㅋㅋㅋ 또 아빠의 우월함에 혼자 좋아가지고서리
"주영아..거기 낙엽에 한번 누원봐. 재밌어!"
주영...
'이 사람이 지금 뭔 소리 하는겨...나보다 땅바닥에 누우라고라고...'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는 주영.
아빠.
턱 끝으로 ok 사인!
주영
'엥..이 양반이 진심이네'
'그랴!?? 그럼 한번 누워보까'
살그머니 조심스럽게 머리는 살짝들고(쨔식 조심성은 있어가지고서리)
살포시 누워보는 내 보물.
후후..
"어뗘?"
주영
"좋아~~" 히죽히죽..
하지만...그걸 가르쳐준 아빠의 기쁨은 잠시.
밀려오는 후회.
몇발자국 가다말고 눕고..가다 눕고..
흐미...
내가 미쳐.
내가 미쳤지.
그래...그래도 오늘은 날씨도 너무 완연한 가을 햇빛이 빛나고 시간도
많고..니 맘대로 한번 혀봐라,..하고는 냅뒀지 뭐.
도심에 가로수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걸
첨 알았다. ^^
건널목을 지나서 드디어 공원입구.
주영
"아빠 솜사탕"
아빠
오늘은 뭘 못해주리.
"그래!!"
솜사탕 하나 사들고...공원에 들어가서..가을을 만끽했음.
주영이가 공원에서 젤 좋아했던 한가지.
이름하여 "잔디 미끄럼"
물론 불법이제!
하지만 어쩌겄어.
딴 아그들도 다 탄디.
그것도 너무 너무 재미있게.
그래서..
첨에는 뭣도 모르고..
"히야..저거 진짜 재밌겄다"
"주영아..저거 타러가자"
공원 내부에 언덕배기들이 많이 있는데..마치 왕묘처럼 가팔지게 잔디가
좍 깔려있어서 미끄럼 타기에 경사도, 잔디상태....모두 왔다랑께.
아빠도 갑자기 동~해서 주영이랑 함께 비탈진 경사잔디를 타고 올라
가는데.......에고에공~~
관리아저씨가 회초리를 들고 나타나서 고래고래~
쩝..
아빠는 이제야 눈치깠다.
아...이거 불법이구나.
쩝...잘못했네..긁적긁적..
교육적으로도 별로 안좋은...행동을 했구나....싶은 순간..
이눔의 관리아저씨가 놀래서 내려가는 주영이한테 눈을 부라리면서
회초리로 위협적인 행위를 내 눈 앞에서 감히 하는거다.
순간..내가 잘못했고..말고...는 안중에도 없고..눈깔이 헥~뒤집혔다.
5살먹은 아이가 뭘 안다고...
아빠가 하자니깐 걍 따라했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애한테 저런 위협적인 행동....
순간적으로는 주영이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겠다..싶을 정도로 위협적
이었다. 그래서 나도 소리를 고래고래~
당신이 뭔데...애가 뭘 잘못했다고..나를 야단치면 야단쳤지..아무것도
모르는 다섯살짜리 꼬마한테 그게 무슨 짓이냐!!!
흐미..진짜 열받았다.
그랬더니..이눔의 아저씨.."적반하장이네 이양반"
허걱~
그건 맞긴 맞는 말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
"지금 문제의 핵심이 그게 아니잖아. 아저씨야."
나이차가 좀 많이 나는 관계로 더이상 대들지는 못하고 씩씩
거리고 있는데..걍 갔다. 아저씨가....쩝...
다른 부모님들..다 쳐다보고 있더라.
좀 쪽팔렸다.
하지만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괜히 그랬나....하는데....
우리 주영이의 멋진 마무리.
"아빠..아저씨 야단치는거 멋졌어!"
아~~~
흘러내릴것 같은 눈물..뿌듯함...아빠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자신감....ㅠ.ㅠ
행복하당~
아저씨 가고나서...아이들 모두 자르륵~다들 다시 돌진...
열심히 잔디 미끄럼 타더라.
ㅋㅋ
주영이가 좀 겁을 먹어서 머뭇머뭇하면서 아빠랑 같이 올라가잖다.
하지만...차마..나까지 다시 부화뇌동할 수는 없었다.
오늘의 쪽팔림은 여기까지로 충분하니까.
"아빠가..아저씨 오면 또 알려주께. 걱정말고..타!!타!! 괜찮아!!"
하지만..속으로는....이거 교육적으로 뭔가 아니다 싶은데....
에라이~모르겠다. 교육이고 자시고 잔디 미끄럼 타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를 만나기는 힘들다는 생각에 걍 아빠는 불법행위를 서슴치
않기로 결정하였다!! ㅋㅋ
첨에 좀 머뭇머뭇하던 주영이..
시간이 좀 지나자 다 잊어버리고 이마에 땀 찍찍 흘리면서..열심히 탄다.
엄마도 봤어야하는데...
미끄럼 타는 우리 주영이 모습.
내가 봤던 어떤 모습보다도 지금까지의 주영이 모습중에 젤 예쁘고
깨물어주고 싶었다.
가팔진 잔디를 올라가는게 좀 위태해보였지만....씩씩한 주영이을 믿고
내버려 뒀더니...웬걸..
"아빠 끝까지 올라가고 싶어"
허걱~
내가...정상까지 올라가는건 너무 위험하다 싶어서..2/3쯤 올라가면 불러서
그만 타고 내려오라는 했는데..
자기딴에는 그게 좀 답답했나보다.
더 길게 타고 싶었었나 보다.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고 싶단다.
하지만...주영이 다치는 꼴을 눈뜨고는 절대 못보는 새가슴 아빠....
허락치 않았다.
내년에는 허락하리.
카메라가 없는게 천추의 한이었다.
주영 엄마에게는 또 내가 욕먹을거 같아서 말 못했지만..
주영 엄마가 오면 주영이 미끄럼 타는것은 꼭 한번이라도 보여줘야겠다
했는데...생각보다...해가 빨리지고 빨리 쌀쌀해져서...못보여주고 말았다.
아쉽다.
이번 주말에 또 가까?
참...
첨으로 경륜이라는걸 봤다.
4시 이후로는 공짜란다.
그래서..
주영이랑 손잡고 들어가서 자리잡고 앉아서 구경했다.
주영이 디게 좋아한다.
선수들 맨 앞에 가는 자전거가 잇는데...아마도 이 자전거를 일정바퀴때
까지는 추월하면 안되는 것 같았다. 규정상...
주영이가 이 맨 앞에 가는 자전거를 보고..
"아빠 저기 앞에는 선생님인가보다. 선생님 자전거가 선수들한테 가르쳐
주나보다" 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아마도 이분들도 경륜장이 첨인거 같다. 중년 부부가
"진짜요?"하고 나한테 물어본다.
허거..나도 첨이라 모른디...
"저도 잘..."긁적긁적~
그랬더니..중년부부 왈
"하하...니가 뭘 안다고...그래..선생님이라고..응...고놈 참.."하면서
예뻐해주셨다.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 주영이 예뻐해주면 그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다.
ㅋㅋㅋ
이상 올림픽 공원 방문기 였슴다.
재미있었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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