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너만의 공간을 빌려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미안하다. 네가 말을 알아 들으면 양해를 구할 수도 있을 터인데, 그러려면 조금은 기다려야 할 것 같구나. 하지만 이 할아버지가 태국 골프 여행에서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니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고 네게도 조금은 느낌이 있을 것같아 이곳에 정리해 두려 한단다.
이곳은 우리 식구들만의 공간이어서 더욱 그렇단다.
2001. 12. 26.
이곳 시각으로 아침 6시 50분이다.
한국 시각으로 8시 50분이다.
어제 아침 광주를 8시에 출발하여 열일곱시간을 걸쳐 이곳 방파(BANGPRA)의 리조트 호델에 도착하였다. 4년 10개월에 만에 맞는 방학이어서 설레이기도 하였지만 약간은 피곤하였다.
늙었나 보다. 눈이 충혈되고 열이 약간 올랐으며, 목이 자꾸 마르는 걸로 보아서다. 예전 같지가 않아서 조금은 마음이 아팠다.
나도 원하는 바고, 동료들의 배려로 모두 한 방에 두명씩 들었는데 독실로 배정 받았다.
에어콘을 끄고 , 샤워를 한다음 TV를 보며 잡지를 뒤적이다. 잠이 들었다.
광주에 있는 은정엄마와 내 사랑하는 외손녀 주영이를 잠시 생각하였다.
뒤척이다 일어나 보니, 이곳 시각으로는 여섯시도 못되었다.
아네가 정성껏 챙겨준 목용용품으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그런데로 몸이 풀렸다. 그후 가볍게 호탤 주변을 산책하였는데 벌써 티업을 하느라 부산한 분위기다.
일어나서 줄곧 주영이와 아네가 생각났다.
아네에간 미안하지만 천사처럼 맑고 깨끗하여 티없이 웃는 주영이가 더 생각남은 어쩔수 없는 진실이다.
목감기가 잘 나아야 할텐데, 그래서 건강하고 할머니 마음을 덜 아프게 해야 할텐데.......,
오지도 못하고 걱정만 태산 같은 준수와 은정이의 마음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할 텐데,
무엇보다도 소신껏 몰아부치고 덤벼드는, 그래서 무서운 줄 모르고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주영의 성격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할텐데.
하느님께 주영이에게 건강 주시라고 묵주기도를 바쳤다.
나의 HOPE 경택이가 이런저런 생각사이에 자꾸 스쳐갔다.
참으로 멋지고 인간적인 놈인데, 본인이 원하는 진로가 아직은 확실하질 못하여 그를 좋아하는 이웃들의 마음을 가끔은 맺히게 하지만,
하느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에게 반드시 봄날 따뜻한 아침 햇살처럼 싱그럽게 밝은 삶을 주실 것을 확신한다.
주님!
그가 결코 돈많은 사람이 되거나, 명성이 놓은 또는 권력을 갖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세상을 티없이 아름답게 보고 이웃을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정겹게 세상을 살면서 하느님이신 당신을 찬양하면서 오붓한 가정을 이루어 평화롭게 살게 하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이웃들과 복되고 아름다운 삶을 이끌어 나가는 그런 삶을 그에게 주십시오.
아멘.
오늘은 아침 8시에 밥먹고 첫날 라운딩에 들어간다고 한다.
현지시각 07:15. 203호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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